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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 영화 '케이 넘버' 스틸컷.



K-팝이나 K-콘텐츠처럼 한국의 세련된 문화를 의미하는 단어가 이토록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거라곤, 그땐 미처 상상할 수 없었다. 1950년대 이후 전쟁으로 부모를 여읜 숱한 아이들이 길거리를 떠돌았고 1980년대까지도 가난과 무책임으로 버려진 아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발견됐다. 어린 아이가 환대받지 못하는 지독하게 척박한 나라가 이곳 한국이었다.

홀트아동복지회를 비롯한 대규모 시설이 갈 곳 잃은 아이 1금융2금융차이 들을 경쟁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건 알려진 사실이다. 근본적인 목적은 보육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양부모에게 친부모를 대신해 입양 보내는 것이었다. 해외로 내보내는 아이가 많을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받았다. 마땅히 가족을 찾아줘야 할 실종 신고된 아이까지 내다 파는 일이 그렇게 생겼다. 이른바 '묻지마 대리입양', 그 절차의 관리를 위해 아이들에게 부여한 한국장학금대출 번호가 바로 K-넘버다.



▲ 영화 '케이 넘버' 포스터



14일 개봉하는 조세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케이 넘버'는 한국식 해외 대리입양 시스템의 충격적인 비인간성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조 신한은행 마이너스통장 감독은 그 시절 미국으로 입양돼 이제는 자식을 둔 중년 여인이 된 미오카(한국이름 김미옥)의 친부모 찾기 여정을 상세히 취재하기로 하고, 이 활동을 전문적으로 보조하는 국내 단체 배냇을 따라나선다.

예상한 것처럼 미오카의 가족 찾기는 녹록지 않다. 유관 시설은 입소 당시 기록을 공개하는 걸 철저히 꺼린다. 수 년 동안 사람과희망론 반복적으로 한국을 찾아와 집요하게 요구한 덕에 겨우 받아본 문서에는 이름, 발견된 곳, 당시 상황 등 필수 정보가 엉성하게 기록돼 있을 뿐이다. 진실인지 거짓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글자의 나열 앞에 미오카의 표정은 착잡하다.
미오카 역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수납 바구니처럼 개조된 비행기에 실려 미국으로 날라졌다. 비행 도중 울다가 영세민전세자금대출추가대출 죽은 몇몇 아이들과 달리 살아남긴 했지만 어떤 양부모에게 보내지는지 알지 못했고, 현지에서 뒤늦게 파양됐다. 미국 국적을 얻지 못한 상태라는 건 한참 나중에 알았다. 그 사이 미오카를 떠나보낸 한국의 기관은 어떤 도움도 건네지 않았다.



▲ 영화 '케이 넘버' 스틸컷



같은 방식으로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로 보내진 아이들이 한 달에 최대 800여 명에 이를 정도였다고 작품은 강조한다. 20만 명에 달하는 해외 대리입양 대기록이 세워진 배경이다. 그토록 큰 숫자가 정부의 계획과 승인·경찰의 협조 없이 가능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은 기어코 잔인한 지적으로 향한다. 아이들을 팔아넘긴 방식은 오래전 일본군위안부를 속임수로 동원한 체계와 같으며, 그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나쁜 연속성”이라는 말이다.

'케이 넘버'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한국의 해외 대리입양 시스템에서 한국인의 자부심으로 상징되는 K-마크의 비극적인 원조성을 기어코 발견해내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이 끝난 직후라서, 굶어 죽을만큼 가난해서, 갖가지 기묘한 이유로 갓난쟁이를 해외로 실어 날랐던 나라는 어느덧 부유한 문화강국으로 변모했다. 그러니 물어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할 명분이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있는가. 문제를 알리는 목소리에 지금 이곳에 사는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